기억을 더듬어 쓰는 제주여행
시작은 21년 9월 개강 초. 어딘가로 너무 떠나고 싶다는 충동과 우울감에 취해 비행기표를 뒤적거렸다. 제주도 항공 요금이 저렴하길래 당장 떠날까하다가 무작정 숙소를 예약해 둔 것이 시작.
종강이 다가왔을 때 갱에게 진짜 제주 안갈래? 해서 ㄱㄱ하게 되었고 바로 비행기 예약과 일정 짜기 후 떠나게 되었다는 말 씀! 여행기 작성에 앞서 저를 믿고 따라와준 갱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갱은 본가에 내려가 있었고 나는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각자 다른 곳에서 출발해 제주공항에서 합류하기로 결정. 김포에서 출발했고 날씨가 약간 흐려서 걱정됐다. 사람이 매우 많았고 코로나 이후로 첫 여행! 첫 비행기였기 때문에 많이 들떴던 기억.
출발 사진만 있고 도착 사진은 없네.. 무사히 공항 도착해서 갱이랑 만났다! 짐 찾고 더 늦어지기 전에 성산으로 넘어가야해서 후다닥 버스타고 딥슬립. 한시간 넘게 가니 매우 무료했다. 성산 도착하니 벌써 깜깜한 밤 8시.. 다행히 숙소가 버스정류장 바로 앞이라서 얼른 체크인했습니다.
📍성산스테이션⭐️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전객실 분리가 잘 되어있고 호텔 침구를 사용해서 만족. 호텔급이 아니지만 깔끔한 시설과 엄청난 접근성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반해서 예약했던 곳인데 도착 후에 매우매우 만족!
겉보기에는 굉장히 낡은 건물이지만 리모델링이 잘되어있고 화장실까지 깔끔, 무엇보다 바닥 난방까지 잘 되어서 2박동안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성산가면 이용할 것 같음.
📍성산흑돼지두루치기
숙소에 짐 두고 얼른 나와서 저녁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흑돼지 삼겹살은 너무 뻔한 것 같아서 찾아 본 곳인데 저녁 많이 먹지 않는 우리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주 흑돼지를 즐길 수 있는 식사였다. 다만 우리가 시킨 메뉴가 원래 인당 전복 3개가 나오는데 마감시간에 가까워져서 전복이 떨어졌다고 1인분 밖에 나오지 않아 조금 슬펐음.. 벗 암오케 . . .
숙소 들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제주 맥주 간단히 사서 나눠먹기
아니 그리고 갱 마스크 불량 뭔데?
진짜 개웃겼음
둘이 배잡고 웃었다
2일차 시작
첫 일정은 성산일출봉 올라가서 일출보기였는데.. 그래서 새벽 6시에 나왔는데... 날씨가
....
암오케
야호-
정상 꾸역꾸역 올라가니 뿌듯하구 막 그래
둘이 사진도 많이많이찍구요
일출을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내려오면서 본 우뭇개해안. 검은 모래가 매력적이다..
아침먹으러 가는 길에 괜히 담장 현무암이라고 찍음
📍부전식당
대충 숙소 앞 아무 식당 들어가서 아침먹음. 경화 갈치조림 먹고 싶어 했는데 사장님이 고등어 추천해서 고등어조림 먹음. 성게 미역국도 먹었다. 둘 다 아침 잘 안먹는 아이들이지만 그런 것 치고는 많이 먹었음. 가격은 총 인당 11000원입니다
비가와서 편의점에서 우산도 사고 바리바리 상태로 버스타서 섭지코지로 이동. 유민미술관 아르누보 컬렉션 보고싶었는데 휴무일이라 아쉽게 외관만.. 안도 타다오씨가 설계한 건물이라고 하네요(갱가이드 왈)
갱이 지난번 프로젝트인가 발표로 안도 타다오 조사를 많이 했어서 섭지코지 전문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건축과 친구 최고
그리고 안도 타다오씨의 또 다른 건물 글라스 하우스
글라스 하우스 입구로 들어가면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이 앞 의자에 앉아서 사진 열심히 찍구요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글라스 하우스에 카메라를 들이 민 순간 갈대밭이랑 구름, 글라스 하우스 조화가 너무 좋아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혼자 여행하던 분 열심히 삼각대 세우고 사진찍으시던데 수줍은 오지라퍼 둘 : 사진 찍어드릴까..? 물어볼까..? 몰래 찍어서 에어드랍으로 보내드릴까..? 하던 기억이..
섭지코지에서 나름 실컷 놀다가 슬슬 배고파져서 늦점을 먹으러 나왔다. 뭘 먹지 하다가 흑돼지 피자가 있다고 하길래 찾아온 가게. 기대했던 것보다는 양도 적고 비싸서 아쉬웠던 점심이었음. 가게 이름도 생각 안남..
📍랜딩커피
바람도 많이 불고 너무 추워서 들어갈 근처 카페를 찾았다. 호다닥 검색해서 온 랜딩커피는 바다가 매우 잘 보이는 뷰맛집 카페였음. 의자는 불편했지만 여기서 얘기도 많이하고 제법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일단 특산물에 미쳐버리는 여자(나)를 딱 노리는 듯한 디저트 메뉴부터 만족스러웠음. 우도 땅콩 마들렌과 뭐였지... 무슨 녹차였나?.. 무스도 맛있고 좋았다.
저녁먹을 시간이 돼갈쯤 카페를 나왔다
배가 불러서 섭지코지👉성산으로 걸어감
..
너무 힘들었음. 아니 너무 추워서 2배는 힘들었다. 하지만 만족스러웠다. 유채꽃도 보고 광치기 해변도 갔기 때문이다 ㅎ 무식한 나를 따라와준 갱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힘든 다리때문에 숙소 도착하자마자 쓰러진 우리.. 조금 뒹굴다가 저녁먹으러 나왔다. 뭘 먹을지 방황하던 우리.. 분위기 좋은 가게들이 많아서 다 들어가봤는데 예약이 필요하다는 말이나 웨이팅이 길어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만 듣고 내쫓겨짐 흑흑
나중에 찾아봤던 평 좋은 가게에 가볼래? 하고 제안해서 그 곳으로 갔는데 이것은 신의 한수였다
📍성산 물고기자리⭐️
어둑한 바닷가 앞에 자리한 작은 가게였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북적북적 사람이 많았음. 들어가서 25000원짜리 코스를 2인 주문했다. 그리고 나온 맛있는 횟감들🥹 참말로 맛있었다~
근데 음식이 안멈춰.... 먹고 있는데 계속 나오는 음식들. 우럭탕수, 고등어조림, 전복 돌솥밥, 지리탕, 튀김... 사장님 우째먹으라구욧..!! 먹으면서 둘이 사장님 미치셨나..? 이렇게 파시면 남는게 있으신가..? 괜찮은건가..? 아니 우리는 괜찮은 건가...? 계속 얘기함
여자 둘 테이블에 뭘 시켰는지 음식이 계속 나오니 옆에서 초밥 시켜서 나눠먹던 남자 3분이 우리쪽을 흘끗흘끗 계속 쳐다보심.. 한 접시 드실래요..? 제발요............. 하고 드리고 싶었음
최선을 다해서 먹었지만 남은 음식을 보니 죄송함 뿐..ㅠ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계좌이체로 결제해드렸다 적게일하고 많이버세요 사장님 또 오겠습니다
벌써 3일차. 사실상 마지막 날
아침에 체크아웃하고 나와서 버스타고 월정리로 향했다. 바람이 많이 불고 매우 추웠지만 바다가 너무 예뻤음!!
📍안녕하샌
점심은 맛있는 스튜와 샌드위치~ 도착했는데 아직 오픈 안해서 조금 떨다가 오픈 어택 함. 가게 내부는 매우 좁았다. 두 팀정도 수용 가능한 사이즈? 대부분 포장해서 가셨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오는 길에 저 지붕 위에 있는 강아지가 매섭게 짖어대서 무서웠던 기억이..
토마토 스튜랑 흑돼지 샌드였나? 그리고 한라봉 에이드까지 냠냠. 무난하게 맛있었다. 사장님이 그리 친절하지 않았던 기억이 남. 아마 주문이 밀려오는데 혼자 운영하셔서 그런 듯?
밥 다 먹고 둘 다 추운 바람에 지쳐서 그냥 일찍 체크인하자.. 하고 버스타고 제주시로 넘어갔다. 체크인 후 잠깐의 낮잠을 즐긴 뒤 동문시장 나들이 및 기념품 쇼핑을 했다.
저녁으로 포장해 온 딱새우회와 족발 그리고 땅콩막걸리⭐️
땅콩막걸리가 너무 맛있어서 계속 감탄하며 마셨던 기억.. 라면도 최고였음 역시 추운 날씨에 저녁, 야식은 컵라면이 진리 아닐까..?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밥 먹고 일찍 잠에 들었답니다
4일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아침먹으러 나왔다. 몸국을 먹고 싶었는데 밥집을 정하지 못해서 어떡하지 하다가 너무 추워서 아무데나 냅다 들어감
몸국 2인분 시키고 카카오 평점보니 개노답이라........ 망했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온 솥밥과 몸국은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특히 솥밥.. 이 솥밥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음미할 시간이 없어서 호다닥 먹고 나온게 좀 아쉽지만.. 택시를 잡아타고 제주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퇴사 근무를 위해 떠나는 비행기는 같이 김포행으로 탔다
어메이징 스케줄.. 수원 도착하고나서 저녁에 같이 손씨네 집으로. 당장 다음 날 훈련을 떠나 당분간 얼굴을 보지 못하는 손씨를 위해 무리한 스케줄을 감행했다
역시나 약속시간에 늦는 그이지만 맛있는 고기와 파스타를 제공해주어 매우 행복했다는 이야기. 얘 고기 굽는거 하나는 정말 끝장난다 내가 인정함. 가니쉬도 존맛 계란말이 안주도 야무지게 대접받았구요
사온 막걸리와 술을 전달하고 같이 마시다보니 갱은 이미 뻗어있었고 둘이 열심히 마셨습니다. 정신차리니 시간이 새벽 5시 ㅎ..ㅎ 그냥 얘네집에서 쪽잠자고 아침에 기숙사로 넘어가서 씻고 잤다. 마무리까지 즐거웠던 제주여행기였습니다
Ps. 참고로 손씨는 다음날 코로나에 걸려 훈련에 가지 못했습니다
끝!